암을 이긴 사람들, 뭘 먹고 어떤 운동 했나
주로 채식… 살코기도 주 3회 섭취, 하루 30분~1시간 산책·가벼운 등산
◆"채소·과일·고기 고루 먹어야"
박 교수는 "일부에서는 암 환자는 고기를 한 점도 먹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고기를 먹고 영양을 고루 섭취해야 투병할 수 있는 체력이 생기더라"며 "나도 주로 채식을 했지만 고기 또한 꾸준히 먹었다"고 말했다.
- ▲ 그래픽=박상훈 기자 ps@chosun.com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지만 동갑내기 남편의 정성으로 완치의 희망을 품고 있는 조옥남(51)씨는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신선한 채소·과일과 오리고기·닭고기 같은 흰색 고기를 주로 먹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항암식품으로 알려진 청국장가루, 블루베리 등을 마련해 부인이 섭취하도록 했다. 주말이면 부부가 외식을 나가 콩·두부 요리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남편과 부인이 함께 혈액암에 걸렸다가 완치된 김성용(54)·한순전(49)씨 부부도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었다"고 했다. 남편 김씨는 "체력 유지를 위해 고기와 각종 보양식품을 챙겨먹었다"고 했고, 부인 한씨는 "콩 종류로 단백질을 섭취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사랑으로 뇌암(뇌종양)을 극복한 박기원(26)씨는 "딸기·토마토 등 좋아하는 과일을 주로 먹었고, 돼지고기처럼 단백질이 있는 음식은 영양섭취를 위해 억지로 많이 먹었다"고 했다.
◆가벼운 운동 꾸준히 해야
운동 요법에 대해 박찬홍 교수는 "심한 운동은 체력소모가 심해 몸에 무리가 간다"며 "하루에 30분~1시간 산책을 빠지지 않고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학생 때부터 운동으로 체력을 다져온 게 암치료를 받으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한 번은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시간을 내서 자연식을 하는 시골마을에 가서 몸과 마음을 쉬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고 한다.
평소 조기축구를 했던 백경재씨는 병원에서 '운동 열심히 하시는 분'으로 소문날 정도로 강한 의지를 갖고 꾸준히 운동을 했다. 백씨는 "항암치료 할 때는 몸을 일으키기도 힘든데 꾹 참고 링거액 걸이대를 잡고 아침과 점심, 저녁때 한 시간씩 병원 복도와 주위를 천천히 산책했다"며 "같은 병실에 있던 분은 운동을 권유하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못 따라왔는데 결국 돌아가셨다"고 했다. 조옥남씨는 등산으로 체력을 다졌다.
박기원씨는 집에서 운동을 했다.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가정용 게임기를 사서 집에서 볼링·골프 등 동작을 따라 했다"며 "하루에 40분씩 매일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김성용·한순전씨 부부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영을 함께 즐기고 있다.
소아암 이기고 소아과 전문의로… 폐암 극복하고 가수로…
●두차례 암 극복 권용범씨
어깨·폐 일부 잘라냈지만 밴드 만들어 정기 콘서트
가수 권용범(31)씨는 요즘 새 삶의 노래를 부른다. 가수의 꿈을 막는 장애물이었던 암을 두 번이나 뛰어넘고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권씨는 고교 1학년 때부터 하던 록밴드 활동을 23살이던 2002년 군 제대와 함께 중단했다. 근육과 뼈에 발생하는 활막성 육종이라는 희귀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권씨는 오른쪽 목과 어깨 일부분을 들어내는 수술을 두 번 받고 1년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기타를 잡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미친 듯 노래했다"고 했다.
- ▲ 권용범씨 제공
하지만 2003년 암은 폐암으로 모습을 바꿔 다시 찾아왔다. 권씨는 좌절했다. 그는 "암이 또 왔다고 하니까 무섭고 지치고 짜증 나고 화도 났다"며 "밴드도 깨졌고 혼자 남게 돼 너무 외로웠다"고 했다. 폐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1년간 항암치료가 다시 시작됐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눈썹도 빠졌다. 권씨는 무기력해졌고, 그토록 좋아했던 음악도 포기했다. 암에 걸리자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이 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권씨가 대학 3학년(숭실대 영문과)으로 복학해 서울 양재천 산책로를 달리던 2004년 가을 어느 날 밤, 암 치료를 받으면서 느꼈던 아픔들이 악상(樂想)으로 떠올랐다. 권씨는 "주변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낮이 아닌 밤에만 달리기를 했는데 그러면서 떠오르는 멜로디를 정리해서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이때 만든 '밤에 달리기'라는 노래는 2008년 5월 발표했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무료로 듣고 내려받을 수 있게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공개했다.
권씨는 그 뒤 음악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고 2009년엔 자기 이름을 딴 '용범 밴드'를 결성했다. 권씨는 암 병동에 가서 정기 콘서트를 열며 암 환자들을 잊지 않고 있다. 권씨는 "음악으로 번 수익의 상당 부분은 암 환자를 위해 기부할 것"이라며 "암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에게 희망이 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백혈병 이긴 정채송양
아픈 몸으로 바이올린 배워… 청소년 음악제에도 출전
암을 이기는 과정에서 배운 바이올린으로 새 삶을 즐기는 소녀도 있다. 정채송(13·정발중1)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07년 혈액암(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정양은 암치료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하던 2008년 6월 평소 배우고 싶던 바이올린을 손에 잡았다. 정양은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고민과 고통을 잊은 게 병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 ▲ 김건수 객원기자
정양은 아픈 몸으로 열심히 바이올린을 배웠고, 바이올린 연주 솜씨도 부쩍 늘었다. 입원한 병원에서 열린 송년회에서 '미뉴에트'를 연주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고, 병이 거의 나아갈 무렵이던 2009년 8월에는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청소년 음악제에도 참가했다. 정양은 현재 항암치료 없이 정기검진만 받을 정도로 많이 회복됐다.
●소아암 겪은 김남균씨
투병 중에도 책과 씨름… 의사 돼 어린이 환자 도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전문의 김남균(32)씨는 중학교에 다닐 때 소아암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아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로 거듭났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이던 1992년 소아암 진단을 받았다.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김씨는 독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체력이 떨어졌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때엔 양호실에서 시험을 볼 정도로 학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김씨는 고교 입학 직전 병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김씨는 "암을 겪으면서 인생관이 여유롭게 바뀌었고 친구들과 훨씬 더 많이 어울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돕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인하대 의대에 입학해 소아과 전문의가 됐다. 김씨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완치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으니 절대로 희망을 잃지 마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 ▲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2005년 간암, 2007년 직장암을 겪은 이홍재(49·택시기사)씨는 자전거 국토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건강한 새 삶을 누리고 있다. 지난 3월 6일 수원에서 천안→광주→남원→대구→대전→서울을 돌아 같은 달 20일 수원으로 돌아오는 1200㎞ 거리의 자전거 국토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씨는 "건강을 다시 찾고서야 지금의 삶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며 "주변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전거 국토 대장정에 나섰다"고 말했다.
직장암 수술을 받은 탓에 자전거 안장에 앉으면 아픔이 있었지만, 진통제를 먹으며 참아냈다고 한다. 이씨는 "5월 4일 병원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를 했는데 완치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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