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는 것은 싫어요/김동우
의료진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는 수술실이지만
나는 자유롭게 들어 갈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날도 3-4시간 걸리는 수술 참관을 위하여
수술복을 갈아 입고 들어갔다
수술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지만 너무 긴장을 하면
실수를 할 수 있기에 가끔은 음악을 틀고 집도를 하는 의사도 있다.
너무 마음이 느슨하여서도 안 되지만
극도로 긴장하면 의사도 사람인지라 평소 잘 하는 것도 잘 안 되기에
약간의 긴장을 풀 필요도 있다
그 날은 수술 부위를 사진으로 남겨야 할 사유가 있어
담당 의사에게 허락을 받고 수술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수술실 분위기가 너무 냉랭 한 듯하여
레지던트 선생님에게 농담도 건네면서
이참에 선생님 수술 모습도 사진으로 찍어 드릴까요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 젊은 레지던트 선생님은 단번에 이렇게 말 하였다
"나는 찍히는 것 싫어요" ~
이 말 속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첫째는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는 마음이었고
두번째로 주임 교수님에게 찍히는 것이 싫다는 의미였으리라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
병원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기에
아마도 후자의 의미가 강열하게 다가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시 겸연쩍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고
카메라를 케이스에 집어 넣어 버렸다
나는 수술실을 나오면서 차라리 이렇게 물어 볼 껄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한 번 박아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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