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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찍히는 것은 싫어요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1. 11. 30. 10:46

 

 

 

 

 

찍히는 것은 싫어요/김동우

 

의료진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는 수술실이지만

나는 자유롭게 들어 갈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날도 3-4시간 걸리는 수술 참관을 위하여

수술복을 갈아 입고 들어갔다

 

수술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지만 너무 긴장을 하면

실수를 할 수 있기에 가끔은 음악을 틀고 집도를 하는 의사도 있다. 

너무 마음이 느슨하여서도 안 되지만

극도로 긴장하면 의사도 사람인지라 평소 잘 하는 것도 잘 안 되기에

약간의 긴장을 풀 필요도 있다

 

그 날은 수술 부위를 사진으로 남겨야 할 사유가 있어 

담당 의사에게 허락을 받고 수술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수술실 분위기가 너무 냉랭 한 듯하여 

레지던트 선생님에게 농담도 건네면서

이참에 선생님 수술 모습도 사진으로 찍어 드릴까요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 젊은 레지던트 선생님은 단번에 이렇게 말 하였다

"나는 찍히는 것 싫어요" ~

 

이 말 속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첫째는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는 마음이었고

두번째로 주임 교수님에게 찍히는 것이 싫다는 의미였으리라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

병원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기에

아마도 후자의 의미가 강열하게 다가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시 겸연쩍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고

카메라를 케이스에 집어 넣어 버렸다

나는 수술실을 나오면서 차라리 이렇게 물어 볼 껄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한 번 박아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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