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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투병기

호스피스 병동의 확충과 마지막 희망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2. 12. 3. 16:03

호스피스 병동의 확충과 마지막 희망

 

의사로부터 '3개월 남았다'는 통보를 들었다는 30대 난소암 환자의 배는 산달을 앞둔 임산부처럼 부풀어 있었다. 복수가 차서 숨쉬는 것도, 걷는 것도 버거워 했다. 봉사활동으로 호스피스 환자 가정을 찾은 청년 군의관은 3시간 동안 환자 옆에 앉아 주사기로 젤리처럼 끈적끈적한 복수를 뺐다. 환자는 치료가 끝나자 "선생님이 한 번 오시면 일주일이 편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환자는 그 후로도 5년을 더 살았다.

 

 

국내 1호 완화의료학과 교수인 염창환(45) 유셀의원 원장이 15년 전 군의관 시절 '완화의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계기다. 그는 "이런 환자들이 참다 못해 병원 응급실에 가면 의사들은 바늘 꽂아 놓고 다른 환자 보기 바쁘다"며 "통증과 크고 작은 불편함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말기암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과 병동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최근 교수로 있던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와 강남에 가정의학 전문 의원을 개원했다.

 

 

 

염 원장은 20여년 전, 서울 성가복지병원에서 봉사를 하며 완화의료에 처음 눈을 떴다. 병원은 대개 종양을 없애거나 크기를 줄이는 치료에 더 집중했다. 하지만 그가 곁에서 지켜 본 환자들에게는 그런 수술이나 항암 치료보다는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게 더 필요해 보였다. 진통제를 10㎖, 20㎖만 투여해도 충분하다는 관행에서 벗어나 100㎖를 투여하더라도 환자가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하고, 몸이 퉁퉁 부어 있는 환자에게 맞는 약을 가능한 빨리 찾아서 환자들의 남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대개 병원은 말기암 환자들을 수술하고 항암 치료를 하는 데만 치우쳐 있고 환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통증, 오심, 구토, 부종 같은 증상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취급하는 상황이었죠." 이후 그가 일산병원, 명지병원, 서울성모병원에서 말기암 환자들을 치료하며 지켜 본 임종만 2,000명이 넘는다.

 

 

염 원장이 보기에 국내 완화의료학의 대중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완화의료학은 아직 현행 의료법상으로 규정된 정식 과목이 아니다. 유일하게 완화의료학과를 개설했던 서울성모병원은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었다. 그는 "외국에서는 암환자를 치료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완화의학과 전문의가 붙어 환자 증상을 별도로 관리한다"며 "우리나라는 전국민이 암 검진을 하고 치료율도 높지만 이런 부분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은 완화의료학과를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고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염 원장은 호스피스 병동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병원 입장에서 호스피스 병동은 '돈'이 되지 않아 만들지 않는다. 국내 호스피스 병상은 800여개. 반면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7만여명에 달한다.

 

 

염 원장은 "호스피스 병동은 일반 병동이나 중환자실보다 훨씬 의료진이 많아야 하는데 호스피스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과 달리 검사를 안 하니까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며 "호스피스 환자들에게 일반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지 말고 외국처럼 따로 수가를 적용한 뒤, 정부가 이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옮겨온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