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동 토지길을 걷다
ㆍ문학의 향기 깊어가는 황금빛 계절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 경남 하동 악양에는 풍요로운 황금빛 계절이 깊어가고 있었다. 지리산 맑은 물로 몸을 불린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생생한 자연의 에너지가 생명의 기운을 일으키는 곳.따사로운 가을볕 아래 눈부신 황금 들녘을 가로지르니 만석지기 사대부가 부러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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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가 1년 내내 집들을 돌며 동냥을 해도 들르지 못하는 집이 세 집이나 된다는 풍요와 인심의 땅. 지리산과 섬진강에 감싸 안긴 83만 평 악양 들판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사시사철 꽃과 풀이 마를 날 없는 이 비옥한 땅에 박경리 선생은 만석지기 사대부집을 지었다. 토지길은 대지주 최씨 가문과 민초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소설 「토지」의 무대를 휘감아 돈다. 평사리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섬진강변과 화개까지, 그림 같은 풍경을 멀리서 또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다. 총 31km 중 소설의 실제 배경이 됐던 평사리를 지나는 1코스(18km)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꽃길을 걷는 2코스(13km)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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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지기 서넛은 거뜬히 내었다는 악양 들판은 언제 보아도 풍요롭지만 곡식이 영글어가는 가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 황홀하게 물든 들판, 바람이 일 때마다 출렁이는 무딤이들이 황금빛 파도를 만든다. 1960년대 말 박경리 선생은 딸과 함께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드넓은 평사리 들판을 발견했다고 한다. 경상도 방언에 익숙한 저자는 마침 경상도에서 작품의 무대를 찾던 중이었고 넓은 들과 섬진강, 지리산의 역사의 무게를 한데 안은 평사리가 「토지」의 배경이 된 것이다. 정작 박경리 선생은 멀리서 들판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 실제로 들을 밟아본 적이 없다 하니 소설 속 생생하게 그려진 악양의 정취가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펼쳐진 들판에 바둑판무늬를 새겨놓은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들판 한가운데 나란히 선 소나무 한 쌍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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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사 전망대에 올라 드넓은 악양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본 뒤 마을로 향한다. 최참판댁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옹기종기 초가집들이 모여 있는데, 하동군이 소설 속 평사리 마을을 그대로 옮겨와 지은 것이다. 작은 흙길 따라 지척으로 마주하고 있는 초가집에는 용이, 월선, 임이네, 두만네 등 문패가 걸려 있다. 외양간에는 소 한 마리가 한가로운 소 울음을 울고, 주말이면 문인협회에서 운영하는 북카페도 연다. 드라마 촬영지로 지어졌지만 여전히 일상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 초가들을 스쳐 최참판댁 솟을대문 앞에 서면 만석지기 최씨 집안의 위엄이 드러난다. 3천여 평 대지에 지어진 14동의 한옥은 조선 반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살려 지은 것이다. 윤씨 부인과 서희가 기거했던 안채, 길상이를 비롯한 하인들이 머물렀던 행랑채, 김환과 야반도주한 별당 아씨가 머물던 별당, 최치수의 기침 소리가 들리는 듯한 사랑채 등이 잘 정돈돼 있다. 작은 연못 위로 수양버들이 춤을 추는 별당은 최참판댁에서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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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이기도 한 화개장터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였다. 지리산 화전민들이 고사리와 더덕, 감자 등을 가져와 팔았고, 전남 구례와 경남 함양 등 내륙 지방 사람들은 쌀보리를 내다 팔았다. 있어야 할 건 다 있다는데, 무엇을 팔고 있나 살펴보니 헛개나무 가지, 느릅나무, 둥굴레와 같은 지리산 약초와 야생차, 산나물 등이다.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고로쇠 약수도 눈에 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를 지나 불일폭포까지 이어지는 2코스는 울창한 숲과 색색의 논밭이 펼쳐진 시골 풍경을 조망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매년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으로 꽃 대궐을 이루는 이 길은 이제 막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계절이 스쳐 지나가는 길 위로 황홀한 시간이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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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스(18km, 소요시간 6시간)
평사리공원 → 평사리들판 → 동정호 → 한산사 → 최참판댁 →
조씨 고택 → 취간림 → 평사리공원
2코스(13km, 소요시간 4시간)
화개장터 → 쌍계사 → 불일폭포 → 국사암 → 화개중학교 → 화개장터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조민정 ■취재 협조 /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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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당신의 추억이 머무는곳
글쓴이 : 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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