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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의학혁명 제3순환계 인체 내 존재 확인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4. 7. 11. 08:38

 

 

 

커버스토리 | 인체 노화 막는 줄기세포 비밀 밝혀내다 01]

21세기 의학혁명 제3순환계 인체 내 존재 확인
서울대 소광섭 교수팀 ‘봉한이론’ 발전시켜 줄기세포 비밀 탐구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프리모시스템을 설명하는 소광섭 교수.

7월 26일 오후 5시경,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본관 지하 세미나실. 정부가 주도하는 ‘2012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어 사업’에 참여하길 원하는 전문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서울대 융합기술연구원 소광섭 교수팀을 필두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기(氣) 프리모 연구실’의 이병천 교수(대한약침학회), 한의학연구원의 이상훈 박사,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복수 교수와 박정의 교수팀, 그리고 차의과대학 윤태종 박사팀이 주요 멤버.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실력파들이 참석한 이날 모임은 ‘프리모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마커 발굴 및 진단 시스템 개발 연구’라는 프로젝트를 최종 점검하는 회의였다.

 

 

프리모시스템 탄생

다소 난해한 프로젝트 주제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니, 소 교수는 프리모(Primo)시스템의 탄생 배경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나갔다.

“프리모시스템이라는 표현은 세계 학계를 염두에 두고 우리 연구팀이 만든 국제 용어예요. ‘원초적’ ‘핵심적’이라는 뜻을 지닌 프리모시스템은 우리 인체에 존재하는 혈관계와 림프계에 이어 밝혀진 제3순환계입니다. 1960년대 초·중반 북한 의학자 김봉한(1916~66?)이 한의학에서 중요시하는 경락 실체를 찾았다고 해서 전 세계 의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이 ‘봉한이론’을 발전시킨 것이 프리모시스템이죠.”

 

부연하자면, 소 교수팀은 봉한이론을 좀 더 정밀히 재현하고 검증해 봉한이론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까지 밝혀내는 쾌거를 이뤘다. 그렇게 해서 이름 붙인 것이 ‘프리모시스템’(공식 명칭은 PVS 시스템)이라는 것. 소 교수가 나직하면서도 침착하게 설명하는 프리모시스템은 곱씹어보면 전 세계 의학계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만한 충격적인 내용이다. 서구 의학계가 발견하지 못한 제3순환계가 인체 내에 존재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의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프리모시스템을 집중 연구하는 국립암센터의 권병세 박사는 “40년 넘게 면역학을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림프관 속에 또 다른 제3의 관(프리모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확인한 뒤 무척 놀랐다”고 밝혔다. 권 박사가 누구인가. 미국 인디애나의대에서 세포면역학 전문가로 이름을 떨치다 울산대 의대를 거쳐 국립암센터에 영입된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SCI(Science Citation Index) 학술지 게재 논문 피인용 횟수가 수천 번에 달해 정부로부터 ‘국가석학’ 지원을 받는 최고 과학자다. 그런 그가 프리모시스템 존재를 확신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신의 주요 전공 분야인 면역세포와 프리모시스템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논문을 준비 중인 것이다.

 

이어지는 소 교수의 설명.

“사람 피부 쪽에 집중돼 순환하는 프리모시스템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락계와 잇닿아 있다는 것은 김봉한이 밝혔고, 우리 연구팀도 확인했어요. 프리모시스템은 경락 외에도 인체 장기 내·외부, 혈관, 림프관 등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죠. 우리가 더 연구해야 할 부분은 프리모시스템의 전체 순환체계를 밝혀내고, 그것을 질병 치료 차원에서 응용하는 거예요.”

 

 

1 토끼 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프리모시스템. 2 특수 염색법으로 프리모관을 촬영할 수 있다. 3 프리모시스템 항체를 주입해 뇌의 프리모시스템을 관찰, 진단하는 모형도.

 

 

뇌질환 연구에도 신기원

그러려면 누구나 프리모시스템을 찾아낼 수 있도록 진단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프리모시스템 특이항체 개발 등 의학적 치료 방법도 개발해야 한다. 이날 모임은 바로 그 첫 단추를 끼우는 차원이라는 게 소 교수 설명이다.

 

소 교수팀은 현재 인체에서 가장 신비롭다는 뇌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 교수팀이 뇌에 주목한 이유가 있다. 한의학으로 대변되는 동양의학은 인체 오장육부를 논해도 뇌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서양의학은 뇌를 포함해 인체의 유일한 두 순환계(혈관, 림프관)를 논하지만 제3순환계(경락계 혹은 프리모시스템)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말하자면 동서양 두 의학에서 빈 공간으로 남은 곳이 바로 뇌다. 또한 고령화시대에 접어들어 난치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 파킨슨, 뇌졸중 치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크게 세 팀으로 나뉘어 연구를 진행한다. 소 교수팀은 뇌 속 프리모시스템을 관찰, 분석하는 기술개발 분야를 맡았고, 차의과대학 윤태종 박사팀은 나노입자를 응용해 프리모시스템에 약물을 전달하는 주입장치를 개발하며, 삼성서울병원 이복수 교수팀은 채취된 프리모 물질을 기반으로 프리모시스템 특이항체 및 진단마크 개발을 주요 임무로 삼았다.

 

특히 이복수 교수팀은 지난해 인체 태반과 탯줄에서 프리모시스템을 찾아냄으로써 인체 프리모시스템 연구의 신기원을 연 바 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순환기내과 전문의 박정의 교수는 본격적으로 인체 질병 치료에 응용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소 교수는 뇌 속에 존재하는 프리모시스템은 이미 쥐 실험을 통해 분명히 밝혔으며, 인체에 응용하는 연구도 성공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소 교수는 프리모시스템 속에 존재하는, 일반 세포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물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신비한 물질이 모든 생명체의 생명 유지에 핵심적 기능을 한다는 것. 김봉한도 이 물질을 찾아내 ‘살아 있는 알’이라는 의미로 ‘산알’이라고 이름 붙였다. 다음은 소 교수의 보충 설명이다.

 

 

프리모시스템은 줄기세포의 씨앗

“봉한이론이 의학계에 가장 기여한 부분은 ‘산알’을 발견한 일일 거예요. 김봉한은 상처난 조직 부위에 산알이 몰려들어 일반세포로 자라난다고 주장했죠. 산알이 봉한관(경락)을 따라 움직이다가 봉한소체(경혈)에 다다르면 빛을 받아 광화학 작용을 일으켜 어떤 방식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반세포로 자란다는 거예요. 산알의 기능이 원리적으로 줄기세포의 기능과 같다는 의미죠.

 

실제로 우리 연구팀도 2005년부터 ‘산알 정체가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외국 학회에 발표하기 시작했고, 이후 수많은 실험 결과 산알이 최소한 성체줄기세포의 근원이자 씨앗이 된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소 교수는 DNA의 알갱이라고 할 수 있는 산알은 서양의학의 세포유전학과 암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마이크로셀(micro-cell)과 흡사하면서 만능줄기세포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

 

소 교수는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실험과 검증에 의한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과학자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의 ‘조상’에 해당하는 세포다. 근육세포, 혈액세포, 신경세포를 나무의 ‘가지’에 비유한다면 줄기세포는 나뭇 가지의 ‘원조’에 해당한다고 해서 ‘줄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세포의 원조 혹은 조상에 해당하는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대비된다. 생명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 배아 상태에 있는 것을 배아줄기세포라 하고, 태어난 이후 성체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성체줄기세포라고 한다. 세상에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황우석 박사의 연구 주제가 바로 배아줄기세포였다면, 성체(생명체)의 살아 있는 조직에서 채취할 수 있는 것이 성체줄기세포다.

 

생명체의 피부에 상처가 나도 저절로 아무는 것은 피부 아래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가 피부세포로 자라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체줄기세포를 발견, 채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인데, 소 교수는 이를 ‘산알’에서 찾아낸 것이다.

 

프리모시스템과 줄기세포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작업은 오히려 미국에서 활발하다. 루이스빌대학 제임스 그레이엄 브라운암센터의 도널드 밀러 소장팀, 워싱턴대 의대 새뮤얼 아치레푸 교수팀, 어번대학 비탈리 바드야노이 교수팀 등 3개 팀이 프리모시스템을 기반으로 암과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암 재발시키는 줄기세포에도 작용

특히 루이스빌대학 줄기세포 전문가인 마리우스 라타작 교수가 발견한 ‘작은 배아 같은 줄기세포(very small embryonic-like stem cell)’가 산알과 동일하거나 그것이 변형된 형태라는 연구 보고가 있은 후, 올해 초 같은 대학 도널드 밀러 교수팀이 암 재발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암줄기세포(cancer stem cell)에서 다량의 산알을 찾아냈다. 즉 암줄기세포 생성에도 산알이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줄기세포와의 연관 이전에 사실 소 교수팀은 2009년 암조직 주변에서 프리모관 조직이 발달한다는 것을 알아낸 후, 프리모관과 암 전이의 관련성에 주목한 바 있다. 소 교수팀은 “프리모관은 암 전이의 새로운 경로일 수 있다”면서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암 전이가 림프관뿐 아니라 프리모관을 통해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만약 프리모관이 암 전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세계 의학계는 대변혁을 맞게 된다. 암 치료와 관련한 의학 교과서의 기본 개념은 물론 치료법까지 다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모관에 약을 주사하면 암 조직으로만 약물을 전달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약효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소 교수팀 주장이다.

 

줄기세포와 암 등 우리 의학계의 최대 난제에 도전장을 내민 프리모시스템의 미래가 어떨지 지금 예견하기는 이른 듯싶다. 다만 1960년대 김봉한이 내놓은 봉한이론이 그랬듯, 소 교수팀의 프리모시스템이 또 한 번 21세기 의학계를 뒤흔들 것으로 기대된다.

소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인체의 주요 기관은 모두 프리모시스템을 순환하는 산알에 의해 끊임없이 갱신된다. 이러한 산알 기능이 곧 그 개체의 노화와 죽음도 책임지는 것이다. 산알을 순환시키는 프리모시스템의 기능이 쇠퇴하면 노화가 일어나고, 기능이 정지하면 그 개체에 죽음이 닥친다. 반대로 프리모시스템의 기능이 쇠퇴하지 않으면 노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또 그 기능이 정지하지 않는 한 죽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무섭고도 놀라운 일인가.

 

 

경락 실체 밝혀낸 김봉한과 ‘산알(살아 있는 알)’ 이론
“경락은 생물체에만 존재”…동양의학 효능 뒷받침


혈관이나 림프관과는 달리 여러 개의 다발 모양을 하고 있는 봉한관.

김봉한의 ‘봉한학설’은 한의학 핵심 개념인 경락과 경혈의 실체에 접근한 이론으로 유명하다. 김봉한 연구팀이 발견한 이 체계는 동물이나 인체 신경계와는 다르고 혈관계나 임파계와도 구별되는 경락계통(‘봉한관’이라고 명명함)이라는 것. ‘북한중앙연감’(1964년판)에서는 김봉한 연구팀의 성과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김봉한 교수를 비롯한 경락 연구집단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1961년 경락 실태를 발견한 후 그에 관한 연구를 독창적 방법으로 더욱 심화 발전시켜 경락계통의 형태와 그 기능의 전 면모를 기본적으로 확정했으며, 특히 핵산에 대한 유물론적 이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중략) 이 위대한 발견은 현대 생물학과 현대 의학 발전의 새로운 단계를 개척한 혁명적 사변이며 세계 과학사에 금자탑을 이뤄놓았다.”


양의사였던 김봉한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경성제대 의학부(서울대 의대 전신)를 졸업한 후 경성여자의과대(고려대 의대 전신) 교수로 재직하다 1950년 6·25전쟁 때 월북했다. 이후 1953년 평양의학대학 생물학 교수, 1964년 내각 직속 ‘경락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그가 발표한 첫 논문은 ‘경락의 객관적 실체 구명’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어지는 논문에서는 경락에 대한 고전 이론은 물론, 현대 생물학과 의학 개념을 훨씬 뛰어넘은 놀라운 사실을 수록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1965년 발표한 ‘산알’이론이다. ‘살아 있는 알’이라는 의미를 갖는 산알이론의 골자는 봉환관 속에는 세포 이전의 형태로 산알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물망 같은 물리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 세포 생성과 사멸을 주관한다는 것. 이는 세포가 세포 분열에 의해서만 생긴다는 기존 세포 생성이론을 뒤엎은 것일 뿐 아니라, 동양 고전의 경락이론을 하나의 거대한 과학적 학문체계로 승격시킨 업적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이 이론에 대해 ‘비인도적인 인체실험을 통해 연구된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국제적으로 의혹이 제기되자 봉한학설은 코너에 몰렸다. ‘경락이 살아 있는 생물체에만 존재한다’는 봉한학설의 결론적인 주장은 당연히 생체실험 여부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대목이었다. 이에 국제적인 비난을 두려워한 북한 당국은 서둘러 봉한학설을 폐기하고 김봉한을 숙청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김봉한이라는 이름은 북한에서 아예 지워졌다.


이후 봉한학설은 세간의 관심에서 잊히는 듯했다. 여기에는 정치적, 윤리적 배경 외에도 봉한학설에 대한 실험 재현성이 모호하다는 점도 강하게 작용했다. 봉한학설에서 말하는 봉한관은 투명한 까닭에 이를 확인하려면 주변 조직과 구별할 수 있게 하는 염색약이 중요한데, 김봉한은 논문에서 ‘특별한 청색 염료’ 같은 식으로 모호하게 표현했을 뿐 약물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2년 당시 서울대 한의학물리연구실의 소광섭 교수팀이 연구에 뛰어들면서 성과물을 내기 시작했다. 김봉한이 논문에서 사람 혈관 안에 있다고 주장한 ‘내봉한관’의 실체를 확인하기로 한 소 교수팀은 여러 나라를 돌며 김봉한 연구팀의 연구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서 얻은 자료를 참조해 새로운 염색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2002년 6월 형광현미경을 통해 흰쥐 혈관에서 내봉한관으로 추정되는 실체를 구분해낸다.

 

소 교수는 이를 정리해 2004년 미국 해부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해부학기록’ 5월호에 발표했으며, 논문은 표지에 오르기도 했다. 봉한이론이 다시 한 번 세계 의학계에 얼굴을 내민 것이다. 또 이병천 KAIST 교수가 획기적인 프리모시스템을 구별해내는 염색법을 개발한 이후 연구는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아무튼 봉한학설의 출현으로 동양 전통의학은 모호한 개념을 근거로 하는 비과학적 의학이라는 지금까지의 천대를 극복하고 새로이 국제무대에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봉한학설은 전통적 침구법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기공, 단전호흡, 도인술 등 최근 대중에게 널리 보급돼 각광받는 대안적 건강법이 서양의학을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기법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 기법은 모두 경락과 기 개념에 이론적 토대를 두기 때문이다.

http://weekly.donga.com/docs/magazine/weekly/2012/08/06/201208060500003/201208060500003_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