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인과의 만남
오늘 휴대폰으로 낮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김동우씨가 맞습니까...
네...
저는 고향이 대구이고 지금 서울에 살고있는
허홍구 입니다...라고 소개를 하면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글이 소개되어
통화를 한번 해 보고싶어 연결을 하였다고 하였다
아...네..
시인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전화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뜻밖에 전화에 내심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자도 아닌 남자이지만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던 시인이 직접 나에게
안부 전화를 할 줄이야 상상도 못한 일이라
너무 즐거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허홍구 시인님은
나의 사진을 보니까 본인의 모습과 비슷하고
술을 잘 마시는 것 같다고 하기에
서로 크게 웃었다..ㅎㅎㅎ
언제 서울에 오시는 길이 있으면 세종문화회관 뒤에
있으니 놀러오라고 한다
네...시인님 알겠습니다...
언제 기회되면 인사드리려 가겠습니다 하면서
전화 통화를 마쳤다
나보다 훨씬 더 연배이고 경륜도 뛰어나고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분과 통화를 하고나니
개인적으로 기쁘고 너무 행복한 마음이다
역시나 그 분의 시에서 느껴지듯이
옆집 아저씨같은 인자한 모습이 상상이 되고
막걸리 한 주전자를 마신 뒤
사내들의 걸쭉한 농담이 줄줄 나올 것 같은
편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조만간 서울에 가는 길에
꼭 한번 들려서 막걸리 한잔 같이 하고 싶다.
참고로 상단의 글은 예전에 올렸던 글이고
하단의 글은 허홍구 시인님의 원작 시 입니다.
아지매는 할매되고 / 허홍구 시인
오래된 얘기지만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 저것 다 시키다 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 주고 잡아 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 붉혔다.
십 수 년이 지난 후에 다시 그 집을 찾았더니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 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걸쭉한 목소리에 세월은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도망가는 세월 내가 어이 잡으리.
아래 글은 허홍구 시인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글을 옮겨 왔습니다.
허홍구 시인의 시집 <<그 사람을 읽다>>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 이 출간됐다.
대구 출신의 시인으로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름시집으로는 <사람에 취하여> 에 이어 두번째 시집이다.
사람과의 인연을 가장 귀하게 생각 한다는 그의 이번 이름 시집에는 참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
환경미화원, 시인, 식당주인, 사업가, 정치가, 교수, 의사, 선생님, 씨름선수, 목회자, 스님,
수녀, 출판사대표 등 이 수록되어있다.
""시집 <<그 사람을 읽다>>는 삭막한 이 시대에 맛보는 따뜻한 국밥같은 시집임에
틀림없습니다.
가족 사이에도 살상이 빈발하는 이 시대에 이번 시집이 철가방으로 배달된 한 그릇
따뜻한 국밥의 역할을 할 것을 믿습니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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