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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다

라이프케어 김동우 2019. 3. 1. 11:29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다/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여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 꽃 피면 나비 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

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 이란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인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봄이 오면/김동우


이제 겨우 스무살의 나이인데

이제 겨우 결혼하여 아이 키우고 행복하게 살 나이인데

이제 겨우 환갑을 넘기고 삶의 여유를 즐길 나이인데

뭐가 그리도 급하게 데려갈려고 하십니까


내 아이가 대학에 갈 때 까지만이라도

기회를 달려고 하였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5년만 더 살다 가겠노라고

사정하고 애원을 하였건만

못 들은척 하십니까


힘들다는 수 십번의 항암치료도 견디고

뼈를 도려내는 고통도 참았고

통증으로 인하여 누울수도 앉을 수도 없는 몸으로

그래도 살아야 겠다는 마음으로 견뎌 왔건만

무심하게 나의 기도를 왜면 하시는 겁니까


해도 해도 너무하십니다

그래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내 삶의 꽃이 활짝 피는 봄이 오면

그 때 데려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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