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제일 고맙네요…”

 

“마누라가 제일 고맙네요…”

 

암환자에게 가정생활은 무척 중요하다. 사실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가정생활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살아가기에, 소중한 것이 없어져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어있다. 건강도 잃어봐야 소중함을 알게 되지 않았던가.

 

가정생활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생활이 중요하다고 모두들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렸을 때 부모, 가족들과 맺어오는 관계 속에서 어렴풋이 짐작하며 터득해 나갈 뿐이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면 그 방법과 역할이 바뀌게 된다. 각자의 가정생활을 어떻게 해 나갈 지는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가족에서도 어떻게 가정생활을 해야 잘 하는 것인지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인생을 살다보면 학교에서 중요하다고 가르쳤던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음을 어느 순간 알게되고, 정작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전혀 가르쳐주지 않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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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깊게 인생을 살펴보면, 행복한 가정생활에 대한 방법을 어디에서든 배울 수 있지만, 그만큼 인생을 깊이 있게 고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생은 늘 우리에게 교훈을 주지만, 우리는 늘 알아차리지 못한다. 누구나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성장을 하고 살아가지만, 막상 내가 가정생활을 제대로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는 압축적 산업화의 과정에서 직장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것을 미덕이라 여겨왔다. 직장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퇴근 못하는 이상한 직장문화. 생산성은 없어도 늘 야근하며 초과 근무를 해야 훌륭한 직원이라 여기는 이상한 초과 근로 문화. 저녁에는 회식하고 주말에는 등산하자고 불러내는 이상한 직장상사. 아이가 아파도 일찍 퇴근할 수 없는 강압적 직장문화. 경기도 안 좋은데, 이 나이에 짤리면 갈 곳 없는 이상한 고용구조. 이런 우리나라 특유의 구시대적 직장 문화가 가정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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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파 보면 안다. 병 간호 해주는 것은 직장 상사가 아니라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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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누구에게 잘 해야 하겠는가. 정말 깊은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져 보면 나에게 진짜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드러나게 된다. 인생의 위기는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보게 해준다. 암이라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 내 현실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나에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구분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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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잘하려 애쓰고, 정작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막 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다. 암에 걸린다고 해서 직장 상사가 나를 간병해주진 않는다. 아파보면, 정작 간병해 주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러면 누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직장상사에게 잘 하는 것의 절반만큼만 가족에게 잘하면 두배로 돌아온다.

 

이미 가족관계가 많이 틀어져 있다면,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절한 때이다. 암에 걸려서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가족 사이에 자존심 세울 것이 무엇이 있고, 창피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죽기 전까지 가족끼리 싸워서 뭐하겠는가. 내려 놓을 것 내려놓고 솔직하게 가족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호스피스 상담을 하다 보면 가족상담을 하게 되는데, 죽을 때까지 가족관계를 풀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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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에게 잘하는 것의 딱 절반만큼만 가족에게 잘하면 삶이 편해진다. 직장상사에게 잘할 것인 것 마누라에게 잘할 것인가.

[출처] 직장상사와 마누라|작성자 bhum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