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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가 장내 미생물을 조절해 암 면역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체내 비타민D 농도가 낮으면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등 만성질환 관련 지표가 나빠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나왔다. 평소 실내에 오래 머물 경우 비타민D가 결핍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 최소 5분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방겔로스 기암파졸리아스 영국 맨체스터대 암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비타민D가 항암 효과를 가져오는 장내 미생물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25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비타민D가 장내 미생물총에 관여해 면역 조절을 돕는다는 사실은 선행 연구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암 면역치료제인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효과 개선, 암 발생률·사망률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총은 장에 있는 미생물 군집 전체를 뜻한다. 하지만 비타민D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어떻게 암 면역치료 효과를 강화하는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비타민D와 장내 미생물, 암 면역치료법 간의 관계를 확인했다. 실험 쥐를 대상으로 유전자와 식이요법을 조절해 비타민D의 생체이용률을 증가시켰다. 생체이용률은 투약된 성분이 순환 혈류에 흡수되는 비율을 의미한다.
그 결과 비타민D의 생체이용률이 늘어나면 혐기성 그람음성균인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장내 미생물총 변화가 일어났다. 이 박테리아는 쥐와 사람 모두에게 존재하는 미생물이다.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가 증가하면 흑색종 발생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고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이 개선됐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총 변화로 암 면역치료 효과가 향상된 쥐의 대변을 다른 쥐에게 이식하자 이식받은 쥐의 암 면역 또한 강화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아직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지만 사람 또한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를 갖고 있다”며 “비타민D를 통한 장내 미생물 조절이 사람에서도 암 면역치료법 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비타민D 결핍이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최근 제시됐다. 윤혜령 고려대안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비타민D 농도가 낮을수록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등 만성질환 관련 지표의 수치가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한 논문으로 최근 대한진단면역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만성질환 관련 지표는 허리둘레, 체질량지수, 혈압, 총콜레스테롤 등으로 수치가 높아지면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비타민D를 보충하려면 일광을 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D가 제대로 합성되지 않을 수 있으니 바깥으로 나가 하루 5∼30분 직접 햇빛을 받아야 한다. 직업 특성상 날이 밝은 시간에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사람은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비타민D 결핍이 아닌 경우 비타민D 보충제 복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비타민D 과다 복용은 골절 위험을 높이고, 칼슘과의 혼합 복용은 심장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