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순라, 선발주자 레켐비 뛰어넘나
레켐비보다 비싸지만 효과↑ 투여 기간↓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생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 세포에 손상을 준다.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기억력과 판단력, 집중력 등 인지 능력을 떨어뜨린다.
레켐비와 키순라는 모두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쳐지는 것을 막는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투여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일을 막아 인지 능력 저하 속도를 늦춘다.키순라는 앞서 상용화된 레켐비보다 효과가 훨씬 좋고 편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은 키순라가 1년 3만2000달러로 레켐비(2만6000달러)보다 비싸지만, 임상시험 결과가 훨씬 좋다.
일라이 릴리 연구진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키순라를 투여받은 환자는 위약 투여 환자에 비해 인지 저하 속도가 4.5~7.5개월 정도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병이 진행되는 속도를 35% 정도 늦추는 셈이다. 반면 레켐비는 27% 정도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여 주기도 키순라가 한 달에 한 번으로 레켐비(2주에 한 번)보다 길다. 게다가 키순라는 레켐비와 달리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한 뒤에는 약물 투여를 중단할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도 키순라를 투여받은 환자의 17%가 6개월만에 투여를 중단했다. 47%는 1년 이내, 69%는 18개월 이내 투여를 중단했다. 투여가 끝난 1년 뒤까지 인지 능력 저하 속도가 계속 느려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반면 레켐비는 한번 투여를 시작하면 계속 해야 한다.
앤 화이트 일라이 릴리 수석부사장은 “키순라는 치료 목표를 달성하면 투여를 중단할 수 있다”며 “치료에 드는 전반적인 비용과 불편함은 물론, 부작용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는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원인인 타우 단백질에도 키순라의 도나네맙 성분이 효과를 보이는지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세포 밖에 쌓인다면, 타우 단백질은 뇌세포 안에 쌓이면서 손상시킨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간 결과,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는 타우 단백질 수치 역시 위약 투여군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도나네맙을 일찍 투여할수록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뇌 부종, 출혈 부작용..“이점이 훨씬 커”
일부는 키순라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임상시험에서 도나네맙을 투여한 사람의 약 4분의 1이 뇌 부종 또는 출혈을 겪었다. 대부분 경미하거나 증상이 거의 없었지만, 이들 중 약 2%는 심각한 증상을 겪었다. 3명은 목숨을 잃었다. 레켐비에 비해 뇌 부종과 출혈률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두 약물 모두 부작용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APOE4 유전자 변이와 관련이 있다. 이 변이 유전자를 2개 가진 사람은 레켐비나 키순라 치료 후 뇌 부종이나 출혈을 겪을 위험이 더 커진다.
마이클 그레이셔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지금까지 레카네맙을 처방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 도나네맙도 처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약물이 효과적이라면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더 많이 제거한 환자가 건강이 더 좋아진다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연구 결과에서도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와 개별 환자의 반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도나네맙의 이점이 부작용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일라이 일리와 에자이에서 모두 컨설턴트로 일했던 조이 스나이더 미국 워싱턴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한 사람이라도 컨디션에 따라 기억력과 사고력이 달라질 수 있어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와 개별 환자의 반응 간 상관관계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임상시험 결과 도나네맙을 투여한 그룹은 확실히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가 질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제약사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외에도 타우 단백질이나, 이들 단백질이 일으키는 신경 염증을 주요 표적으로 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후보물질은 수십 개로 알려졌다.
참고 자료
JAMA(2023), DOI: https://doi.org/10.1001/jama.2023.1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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