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60% 영양결핍…‘조금씩 자주 드세요’
[한겨레]필요한 영양분 되레 늘어 입맛 변해 고기 싫어할땐
달걀·두부나 유제품 좋아 신맛나는 식품 식욕 도움
[암 환자 건강 이렇게 지키자]
③ 식사 조절
암 환자 및 생존자는 암 자체로도 입맛이나 소화기능, 영양 흡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게다가 이들은 암 치료 과정에서 받는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 치료 등을 통해서도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특히 소화와 관련된 장기에 암이 생기면 수술로 장기가 손상되므로 정상적인 영양 공급에 장애를 겪는다. 이 때문에 식욕부진이나 영양실조를 겪는 암 환자 및 생존자도 많다.
■암 환자 10명 가운데 6명은 영양결핍국립암센터가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암 환자의 61%가 영양결핍 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30%는 영양결핍 상태가 심각했다. 소화기 계통에 암이 생긴 경우 소화와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많은 환자들이 '잘 먹으면 암을 더 키운다'거나 '고기를 먹으면 재발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암 환자의 영양결핍과 불균형을 더욱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암을 앓거나 암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몸속 단백질을 비롯해 영양분의 필요량이 오히려 늘어난다. 암이나 암 치료 과정에서는 몸무게 감소, 체지방 소실, 근육 위축을 겪을 수 있고, 이에 따라 피로, 잦은 감염, 어지럼증, 상처 회복 지연, 피부 궤양 등과 같은 증상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조금씩 자주 먹어서 식욕부진 극복해야암을 앓거나 암 치료 과정 중에 항암제를 쓰면 식욕부진을 겪기 쉽다. 또 암 자체나 재발에 대한 공포, 암 치료 뒤의 우울한 기분도 식욕부진을 악화시킨다. 이럴 때에는 조금씩 자주 먹도록 하고 간식을 가까이 둬 먹고 싶을 때 쉽게 먹도록 해야 한다. 굳이 식사 시간에 얽매일 필요도 없으며, 몸 상태가 좋을 때 많이 먹도록 권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충분히 잠을 자고 난 아침에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간식으로는 죽, 미음, 주스, 우유 및 유제품이 좋다. 주의할 점은 밥을 먹을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물은 조금만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목이 마르다면 식후 30분에서 1시간이 지난 뒤 마시는 것이 좋고 아예 식전에 조금 마시는 것도 권장된다. 식사 전에 가벼운 산책 등과 같은 운동을 하면 입맛을 좋게 할 수 있고, 식사 전후에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환자 및 생존자가 먹기 싫다고 할 때 억지로 먹이면 오히려 식사를 피하게 할 수 있으므로 이는 자제해야 한다.
■입맛 많이 변했다면 신맛 나는 음식이 좋아암 치료, 특히 항암 치료 뒤에 입맛이 변한 경우가 많다. 고기나 생선을 먹으면서 쓴맛이나 금속 맛이 난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 때는 보기도 좋고 냄새도 좋은 음식을 권하는 것이 좋다. 만약 고기가 싫다면 두부, 달걀, 콩, 우유나 유제품이 권장된다. 고기나 생선 요리에는 와인이나 레몬즙 등 향이 좋은 양념류를 첨가하는 것이 좋다.
신맛이 금속성 맛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과 목에 통증이 있다면 신맛 나는 식품들이 염증을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충치 등 치과 질환이 있어도 입맛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암 치료 뒤 흔한 설사 대처법암 치료 뒤 항암제의 영향, 음식에 대한 과민반응, 불쾌감 등으로 설사가 생길 수 있다. 암 환자 및 생존자의 경우 설사가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과도한 수분의 손실로 탈수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설사가 생기면 우선 물을 충분히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대장의 기능 소실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식사는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며, 스포츠 음료·바나나·삶거나 으깬 감자·복숭아·토마토 등 염분과 칼륨이 적절하게 든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소화가 잘 되는 죽이나 미음류도 도움이 되며, 고기류를 먹을 때에는 기름기를 제거하고 난 뒤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과일은 생과일보다는 주스가 좋고, 섬유소 함량이 적을수록 설사 예방에 낫다. 브로콜리나 옥수수, 말린 콩은 피하고, 너무 뜨겁거나 찬 음료보다는 상온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설사가 이틀 이상 지속되면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himtrain@hani.co.kr
도움말: 국립암센터 장윤정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과장·김정선 분자역학연구과장·위경애 임상영양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