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김동우
평일의 산사는 적막강산 이다
범어사 오솔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며
108번뇌를 하나씩 내려놓고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에
가슴에 가두어 두었던
서러운 마음도 씻어 본다
대웅전 옆문은 겸손을 가르치고
낮은 문은 뻣뻣한 마음을 숙여라 하네
겨우 0.5평의 자리를 차지하고
삼배를 세 번 올린다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
아무것도 소원하지 말라
내 남편이 부처이고
내 아내가 관세음보살 인 것을
그냥 절만 하여라
조심스럽게 내 딛는 발걸음에
삐꺽거리는 마루 바닥
미안합니다. 보살님들...
마음을 비우지 못해
아직 몸이 무거운 탓 입니다.
산사를 내려와 커피 볶는 집에서
마시는 이천 원짜리 원두커피 한 잔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스님의 염불 소리는
귓전에 낭랑하게 들리고
내 영혼은 겨울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고마워서...
미안해서...
행복에 겨워서...
고개를 숙이고 합장을 합니다.
뭣이 중헌가/김동우
뭣이 중헌지
환자는 왜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뜨거운 것을 느낄 것 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차라리 백지 상태였다면 그림을 그리기도 쉬운 것을
이미 도화지에는 얽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이 길을 갈까
저 길을 깔까 망설이다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그래도 잘 되기를 기대하였건만
몇 달 후 부고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리고 너무 똑똑해도 문제이다
그러다보니 편견과 고집으로 사태 파악을 잘 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판단을 한다
결국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호전 소식보다 증세가 악화되었다는 소식이 더 많다
조금만 더 자신을 내려놓고
겸허한 자세로 투병 관리를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암 투병 과정에서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감은 시행착오를 불러온다
모든이여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듯이
암 앞에 겸손하소서
그러면 암을 이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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