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 김동우
맨 날 양복 입은 모습만
보여 주어야 하나요
나도 청바지에 청 자켓도
입을 수 있다고요
노랑 빨강 색깔로
브릿지도 넣고 싶지만
앞머리 한 올 한 올 빠져버리니
그렇게는 못하네요
꽁지머리에 콧수염을
도사처럼 기르고
속세의 번뇌를 모두 잊어버리고
홀연히 떠나고 싶지만
떠나질 못하네요
날마다 말없는 남자로만
살아야만하나요
가끔은 흐트러지고 망가진 모습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화 낼 줄도 알고
천박한 말도 할 줄 알고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도 흘릴 줄 알고
지나가는 이쁜 여자 보면 눈길도 가는
별 시리 잘 난거 없는 인간 입니다.
지천명을 피할 수없는
중년의 한 남자는
오늘도 쓰러진 술잔과 함께
고독을 뒤로 한 채
살아야만 하는 건가요
Memo:
내 나이 오십하고 하나 일 때 썼던 글
이제 육십의 나이에 접어드니
품격있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화가 나더라도 큰 소리 내지말고
마누라가 잔소리 한다고 대꾸하지 말고
입은 닫고 주머니만 열어두어야 겠다
그런데 나도 이젠 쉬고 싶은데
몇 년 더 일을 하라고 한다
혼자서 섬 여행하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하루종일 낚시도 하고 싶다
또 마누라가 승인을 해주면
작은 요트를 사고 싶다
너무 비싸면 고무 보트라도 사줄런지
그리고
난 은퇴 후에는 시골 산속에서 살고 싶다
초가집이라도 좋고
작은 마당도 있고 작은 텃밭도 있으면 좋겠다
또 작은 작업실을 만들어
젊었을 때 못 다한 미술 세계에도 빠져보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하드락도 매일 들었으면 좋겠다
꿈은 이루어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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