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내리는 눈/김재원
소유하지 말자
손을 벌려 잡아도 형체 없이 쓰러져 버리던 욕심
나는 언제고 빈손이자
미소같이 엷은 얼룩만 남기고 쓰러져 버리던 눈발처럼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게 나는 언제고 빈손이자
명함만 남기고 무너진 경력처럼
유서만 남기고 중지된 人生처럼
보이진 않으나 실수없는 죽음처럼 나는 약속이고 싶었다
2 月이건 3 月이건 기다리다가 첫눈이 오거든
그때야 만나자는
나는 유치한 약속이고 싶었다
한데 묶는 약속을 둘로 나눠가지고
웃으며 돌아서는 적당한 자유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또 눈물이고 싶었다
당신의 눈시울에 눈물이 되어 글썽이는
세속적인 눈물이고 싶었다.
오늘 나는 만난다
녹아버린 소유와 구두창 밑 질척거리는 욕심과
돈 안 받고 뿌린 명함과
겨울 보리밭에 몸을 떠는 풀잎 같은 人生과
다시 저 히말라야 산 꼭대기 쌓인 눈처럼
색깔이 분명한 죽음과 그리고
약속과 자유와 눈물과 그렇다 눈물
오랜만에 나는 눈물을 만난다
녹음기 속에 죽은 듯 숨겨져 있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음악
온 바다를 염색하듯이 푸르게만 번져가는 하늘 색깔
마지막 고백처럼 한마디도 안 남기고
다아 털어놓으려는
뒤늦은 눈발 속에서 눈먼 사내
눈이 멀어 당신의 눈에 글썽이나
보이지 않는 그 연한 눈물 .
일본 의공학 전문가 과정 수료 연수증 / 1984년 4월27일
올 해가 2014년이니까 의공학 분야에 종사한지도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대학에서 의공학 과정이 있지만 그 당시만 하여도 의공학이라는 학문이 생소하였기에
새로운 학문을 공부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매일 자료 번역을 하다보면 전문 의학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여 몇 시간이나 헤매었던 시절이 생각 난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용어도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너무 어렵고 생소하였다
영어 일어사전 달랑 들고 겁없이 일본으로 건너갔던 그 시절
외국 여행도 아무나 못하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운이 좋아 상용 여권이 발급되어
서민으로써 특권을 누렸던 것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EKG Monitor & Central Monitoring System /NIHON KOHDEN
일본 동경 의공학 전문가 과정 연수 중 /1996년 6월
2014년6월12일
나이가 지긋한 남자 환자분을 만났다
나는 제품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환자의 병명이나 치료 과정등을 물어본다
그 이유는 환자의 병명이나 증례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고 보다 효율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의 현재 상황을 많이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데 어떤 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모든 치료 과정을 상세히 알려주는 분도 있지만
자신의 개인 정보를 드러내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눈치 껏 짐작을 하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면
추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료 정보를 제공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만난 환자는 말을 아끼는 타입이었다
그 것도 억지로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만 알 수 있었고
더 이상은 질문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더 이상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알려 줄 수가 없었다
유방암 말기암 진단을 받은 두 환자가 있었다
한 분은 수술 후 잘 관리하다가 2년 후 재발이 되었던 케이스 였고
또 한 분은 최근에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유방암이 재발된 분은 수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현대의학적 치료를 다 해보았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하여 삶을 정리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재 도전을 하여 기적과 같은 일이 났고 현재는 관해 상태이다
담당 주치의 선생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놀랐다
그런데 이 환자는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옥석을 잘 가려서 선택을 하였고
지혜롭게 잘 대처를 하였다
그 동안의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있어 보였다
죽음 앞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더욱 더 간절하게 투병을 하였기에
그런 좋은 결과가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개인의 생각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분은 수시로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궁금한 것은 질문도 하면서 잘 대처를 하였던 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던 원인이 아닐까 생각 한다.
또 한 분은 동일한 방법으로 권유하여 투병을 하였는데
이상하게 호전 속도도 느리고 증세가 조금 더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앞의 환자와 달리 이 환자는 질문을 하거나 자신의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간혹 묻는 말에만 응답을 할 뿐이고 더 이상 대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아마도 성격 탓이라 생각하지만 뭔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처럼 느껴졌는지 모르지만
뭔가 베일속에서 행동하는 것 처럼 보였다
나름대로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도와 줄 방법이 없었다
궁금하면 질문을 하거나 자신의 상황에 관하여 사심없이 말을 해 주었다면
거기에 부합되는 어떠한 조치를 하던지 조언을 해 주었을텐데
조금 답답한 마음도 들고 안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지만
너무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서 더 이상 도와 줄 수 없기에 미안한 마음이다.
많은 암환자분들이 쓸떼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절박한 마음에 이것 저것 좋다는 것 다해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좀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판단을 하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더군다나 그러한 행위가 치유에 도움이 된다면 괜찮지만
오히려 간 수치 상승이나 소화장애등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허다 하다
그리고, 암 진단 후 치료 과정이나 관리 과정에서 많은 돈이 들어가기에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가능하면 환자분들이 돈을 아끼고 꼭 필요한 치료와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 어떤 환자는 업체로 부터 얼마나 많이 세뇌 교육을 받았던지
필자가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인정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환자 나름대로 알아보고 도움이 될꺼라는 생각으로 선택을 하지만
좀 더 객관적인 측면에서 검토를 하고 선택을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라도 그 판단이 잘 못되었다면 인정을 하고 보다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 한다
문제는 암환자의 편견과 고집이 돈도 낭비하고 치유 결과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 이다
지피지기이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암에 관하여 잘 파악을 하고 지혜롭게 선택을 한다면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
암 진단 후 난감한 상황에서 나아갈 길을 못 찾아 우왕좌왕하던 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현대의학적 표준치료를 거부하고 대체보완 요법으로 암과 싸우기로 작정하였지만
정작 증세가 심해지자 환자는 당황을 하였다
그 때 필자와 만나서 향후 대처 방향에 관하여 조언을 해주었다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금전적으로 부담을 줄이고 유효성이 높은 순서대로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환자의 몫이니까 잘 투병하라고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통화를 하였는데
더 이상 악화도 안 되고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하였다
아직 암 지표자 수치나 호중구 수치도 안정권이고 말기암에 전이가 되어도 특별한 통증도 없었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당분간 꾸준하게 잘 관리하라고 조언을 하였다
몇 달 후 그 간의 경과가 궁금하여 전화를 하였다
첫 마디가
왠일 이십니까? 하는 말 이었다
필자가 어떤 댓가를 바라고 조언을 해준것도 아닌데
그런 어투가 귀에 거슬렸다
대충 몇 마디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못 했다
정말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모든 환자분들이 좋은 결과가 있기를 항상 기원하는 입장인데
뭔가 초대 받지 않은 손님으로 여겨지니 많이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항상 나의 오지랖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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